배관 수압시험 압력과 유지시간 — 1.5배는 하한일 뿐입니다
시험 절차서를 쓸 때 설계압력에 1.5를 곱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대개 중간에 막힙니다. 먼저 열 것은 라인 리스트입니다. 그 계통의 설계압력과 설계온도, 배관 재질, 플랜지 등급, 그리고 이 라인이 어느 코드로 설계됐는지 다섯 칸을 뽑습니다. 설계온도가 시험압력의 하한을 밀어 올리고, 플랜지 등급과 계통에 물려 있는 기기가 상한을 내립니다. 곱셈은 그 두 값 사이에 답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순서를 바꾸면 물을 다 채운 뒤에 알게 됩니다. 목표 압력까지 올리다가 어느 기기 정격에 걸려 중단하고, 배수하고, 블라인드를 다시 짜고, 시험을 하루 뒤로 미룹니다.
계산기를 켜기 전에 뽑는 다섯 칸
첫째는 설계압력입니다. 운전압력이 아닙니다. 운전 8 bar에 설계 15 bar로 잡힌 라인이면 시험은 15 bar를 기준으로 갑니다. 운전 실적을 보고 낮춰 적은 절차서는 검사에서 그대로 반려됩니다.
둘째가 설계온도, 셋째와 넷째가 재질과 플랜지 등급입니다. 같은 15 bar 라인이어도 탄소강과 스테인리스는 온도에 따른 허용응력 곡선이 달라 시험압력이 갈리고, 플랜지 등급은 상한 쪽에서 걸립니다. 다섯째는 적용 코드입니다. 석유화학·화공 공정 배관이면 ASME B31.3, 발전 계통이면 B31.1 계열의 동력 배관 기준이 기본입니다. 고압가스로 분류되는 계통이나 소방배관은 국내 기준이 따로 걸리고, 발주처 사양서가 코드보다 더 조이는 경우도 흔합니다. 몇 배로 걸지, 얼마나 유지할지는 코드 한 줄이 아니라 이 다섯 칸의 조합이 정합니다. 옆 현장에서 쓰던 절차서를 그대로 가져오면 맞지 않는 이유입니다.
하한은 설계온도가 밀어 올립니다
ASME B31.3은 계통의 모든 지점에서 시험압력이 설계압력의 1.5배 이상이어야 한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같은 조항에 곱해지는 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시험온도에서의 허용응력을 설계온도에서의 허용응력으로 나눈 값, 이른바 허용응력비입니다.
상온 근처에서 운전하는 라인은 이 비가 1이라 1.5배로 끝납니다. 고온 라인은 다릅니다. 재질의 허용응력은 온도가 오르면 떨어지므로, 설계온도가 높을수록 분모가 작아지고 시험압력은 1.5배보다 위로 올라갑니다. 350℃ 스팀 헤더에서 시험압력이 예상보다 한참 높게 나오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코드는 이 비가 6.5를 넘어도 6.5까지만 쓰도록 상한을 두고 있습니다.
과열증기 라인이 곧잘 문제가 됩니다. 설계온도가 높아 시험압력이 밀려 올라가는데, 그 라인에 물려 있는 플랜지와 밸브의 상한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하한이 상한을 넘어서면 계통을 나누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상한은 계통에서 가장 약한 것이 정합니다
플랜지가 첫 번째 상한입니다. ASME B16.5 계열 플랜지는 38℃ 기준 정격의 1.5배가 시험 한계로 통합니다. 계통에 ANSI 클래스 300 플랜지가 하나라도 섞여 있으면 그 값이 계통 전체의 천장이 됩니다.
두 번째는 격리되지 않은 기기입니다. 시험 계통 안에 남아 있는 펌프 케이싱, 열교환기, 계기, 그리고 안전밸브가 각자 자기 정격을 들고 있습니다. 안전밸브를 그대로 두고 가압하면 설정압에서 열리므로 시험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통상 떼어내거나 블라인드로 막고 목록으로 관리합니다. 떼어낸 밸브를 다시 달 때는 그 밸브가 어느 검사 구분에 들어가는지도 함께 확인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압력전송기와 차압전송기는 정격이 낮아 격리를 빠뜨리면 다이어프램이 먼저 갑니다.
세 번째는 계산서에 잘 안 적히는 정수두입니다. 시험압력은 계통의 모든 지점에서 하한을 넘어야 하므로 기준점은 최고점입니다. 그런데 물기둥은 10 m마다 약 1 bar를 더합니다. 낙차 40 m짜리 탑 계통이면 최고점을 기준으로 맞춘 순간 최저점 플랜지는 4 bar를 더 받습니다. 이 4 bar가 상한을 넘기면 계통을 수직으로 잘라 따로 시험합니다. 압력계를 최고점과 최저점 두 곳에 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건이 시험압력을 어느 쪽으로 미는가
아래 네 조건은 하한과 상한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밉니다.
| 계통의 조건 | 시험압력이 받는 영향 | 어디서 확인하나 | 놓치면 |
|---|---|---|---|
| 설계온도가 높은 스팀·열매체 라인 | 허용응력비만큼 하한 상승 | 재질별 허용응력표, 코드 상한 6.5 | 1.5배로 시험해 하한 미달. 재시험 |
| 낮은 등급 플랜지·기기가 섞임 | 상한이 그 등급에 묶임 | P&ID, 밸브·플랜지 자재표 | 가압 중 정격 초과. 기기 손상 |
| 수직 낙차가 큰 계통 | 최저점에 10 m당 약 1 bar 가산 | 배관 아이소메트릭, 기기 배치 표고 | 최저점 초과를 모른 채 합격 처리 |
| 안전밸브·전송기가 계통에 남음 | 사실상 상한이 설정압·정격으로 내려감 | 격리 목록, 블라인드 리스트 | 안전밸브 개방으로 시험 중단, 계기 파손 |
승압은 단계로 올리고, 검사는 압력을 낮춘 뒤에 합니다
물을 채우고 최고점 벤트로 잔류 공기를 완전히 뺀 다음 가압을 시작합니다. 공기가 남으면 파손 시 방출 에너지가 커지고, 압력도 안정되지 않습니다.
승압은 한 번에 올리지 않습니다. 시험압력의 절반까지 천천히 올려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그다음부터는 10%씩 나눠 올리면서 단계마다 안전한 위치에서 상태를 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의 압력이 낮을수록 피해가 작기 때문입니다.
유지시간은 최소 10분입니다. B31.3과 B31.1이 같은 최소치를 둡니다. 다만 이 10분은 목표 압력을 유지하는 시간이고, 용접부와 이음부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압력을 설계압력으로 낮춘 다음입니다. 시험압력 상태로 사람을 배관에 붙이지 않습니다. 절차서에 "30분", "1시간"이 적히는 것은 코드가 그렇게 요구해서가 아니라 그 계통을 다 보는 데 그만큼 걸리기 때문입니다.
물을 쓸 수 없어 기압시험으로 가면 기준이 통째로 바뀝니다. B31.3의 기압시험 압력은 설계압력의 1.1배입니다. 공기는 압축되므로 같은 압력이라도 저장된 에너지가 비교할 수 없이 커서, 수압 절차서의 숫자를 그대로 옮기면 안 됩니다.
물을 채우기 전에 정해 두는 것
수온이 먼저입니다. 탄소강은 온도가 낮으면 취성 파괴 영역에 들어갑니다. 최저설계금속온도(MDMT)보다 여유를 두고, 통상 17℃ 정도 높은 수온을 요구합니다. 겨울철 새벽에 지하수를 그대로 받아 채우면 이 조건에 걸립니다.
수질은 스테인리스 계통에서 갈립니다. 오스테나이트계는 염화물이 흔히 50 ppm 이하로 제한되고, 듀플렉스 계열은 사양서가 더 낮게 잡습니다. 문제는 시험 중이 아니라 그 뒤에 생깁니다. 소켓 용접부나 플랜지 틈에 남은 물이 기동 시 증발하면서 염화물이 농축되고, 몇 주 뒤 응력부식균열로 돌아옵니다. 시험 후 배수와 건조 계획을 시험 전에 같이 세우는 이유입니다.
지지도 봅니다. 운전 중 증기로 차 있는 라인은 물을 채우는 순간 설계에 없던 하중을 받습니다. 스프링 행거는 이때를 위해 트래블 스톱으로 고정해 두고, 필요하면 임시 지지를 추가합니다. 고정하지 않으면 스프링이 바닥까지 눌려 그 하중이 기기 노즐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이 핀은 시험이 끝나고 보온까지 마친 뒤 반드시 빼야 합니다. 남겨 두면 열팽창을 받아야 할 행거가 고정 앵커로 바뀝니다.
압력계는 시험압력이 눈금 중간쯤에 오는 것을 고릅니다. 풀스케일 근처에서 읽으면 오차가 커지고, 교정 기록이 없는 게이지로 잰 값은 검사에서 인정받지 못합니다.
압력계가 내려간다고 다 새는 것은 아닙니다
유지 시간 동안 바늘이 조금씩 내려가면 대부분 누설을 의심합니다. 그런데 밀폐된 수압 계통에서 압력은 수온에 아주 민감합니다. 물이 몇 도만 식어도 부피가 줄고, 압축성이 낮은 유체라 그 작은 수축이 압력으로는 크게 나타납니다. 낮에 채워 저녁에 시험한 옥외 배관에서 흔히 벌어집니다.
그래서 압력만 적지 않고 수온을 같이 기록합니다. 압력이 내려간 만큼 수온도 내려갔으면 온도 영향이고, 수온이 그대로인데 압력만 빠지면 그때 누설을 찾습니다. 이 구분을 안 하고 바늘부터 보면 다음 행동이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가압 상태에서 플랜지 볼트를 다시 조이는 것입니다. 가압 중 재조임이 남기는 후유증은 그 하나로 따로 볼 만큼 길고, 조여도 끝내 멎지 않는 누설이라면 면 평행도와 간극부터 좁히는 쪽이 빠릅니다.
또 하나 자주 틀리는 지점은 합격 판정의 범위입니다. 수압시험은 강도와 누설을 보는 시험이지 기밀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물로 안 새는 이음부가 가스로도 안 샌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가스 계통은 유체 분류와 발주처 사양에 따라 수압시험과 별개로 기밀시험을 한 번 더 요구받습니다. 절차서에서 이 두 가지가 한 줄로 합쳐져 있으면 시운전 단계에서 다시 서게 됩니다.
시험 계통에 남는 밸브의 최대 허용 시험압력이 애매하면 네임플레이트 사진과 계통 설계압력·설계온도를 수리·정비 문의로 보내 주시면 그 밸브의 시험 한계와 격리가 필요한지를 정리해 회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