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테이션
밸브 목에서 압력이 증기압 아래로 떨어져 기포가 생겼다가, 하류에서 압력이 회복되며 그 기포가 다시 짜부라지는 현상. 붕괴 충격이 금속을 파먹어 트림에 곰보 자국을 남긴다.
한 줄 정의
밸브 안에서 유속이 가장 빠른 지점의 압력이 그 액체의 증기압 아래로 떨어져 기포가 생겼다가, 하류에서 압력이 회복되면서 그 기포가 다시 액체로 짜부라지며 금속을 때리는 현상이다.
어원과 표기
영어 cavitation, 어원은 라틴어 cavus(빈 공간)다. 한국어 정식 용어는 공동현상(空洞現象)이며, 시방서·검사보고서에는 "캐비테이션(공동현상)"으로 병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현장에서는 "케비테이션", 또는 소리를 그대로 옮겨 "밸브가 자갈 씹는다"고 말한다. 이 표현은 실제로 진단에 쓸모가 있다.
혼동하기 쉬운 것
| 대상 | 무엇이 다른가 | 언제 쓰나 | 잘못 쓰면 생기는 일 |
|---|---|---|---|
| 플래싱 | 기포가 다시 응축되는가가 갈림길. 출구압 P2가 증기압보다 높으면 캐비테이션, 낮으면 플래싱 | P2와 증기압을 비교해 판정한다 | 플래싱인데 안티캐비테이션 트림을 사면 돈만 쓰고 침식은 그대로다 |
| 펌프 캐비테이션 | 발생 위치와 원인이 다르다. 펌프는 흡입측 압력 부족(NPSH), 밸브는 축류부의 국부 감압 | 펌프는 NPSH 여유, 밸브는 캐비테이션 지수로 본다 | 펌프 문제를 밸브 탓으로 돌려 밸브만 갈다가 흡입 배관의 진짜 원인을 놓친다 |
| 수격(워터해머) | 수격은 유속이 급히 바뀌며 생기는 압력파, 캐비테이션은 기포의 생성·붕괴 | 수격은 급폐쇄·펌프 트립 때, 캐비테이션은 정상 운전 중에도 계속 | 완충기·밸브 폐쇄시간만 손보고 끝내면 침식이 계속 진행된다 |
| 공기 혼입(에어레이션) | 혼입된 것이 공기인가 그 액체의 증기인가. 공기는 붕괴 충격이 약하다 | 공기 혼입은 흡입 누기·수위 저하에서 온다 | 벤트만 손보고 넘어가면 트림 손상이 계속된다 |
현장에서 실제로
"이 밸브 지나가면 자갈 굴러가는 소리가 나요"라는 말이 캐비테이션의 첫 신호다. 초음파 청음기로 계통을 훑으면 신호가 밸브 보디 한 곳에 몰리고, 개도를 더 열어도 유량이 늘지 않는 구간이 나타난다. 밸브를 뜯으면 플러그와 시트 하류 쪽에 곰보처럼 움푹움푹 파인 자국(피팅)이 보인다. 캐비테이션은 매끈하게 깎이지 않고 파먹은 자국을 남긴다는 점이 육안 감별의 핵심이다.
실무에서 틀리면 생기는 일
- 시트와 플러그가 파여 밀착이 깨지면 몇 달 만에 시트 누설이 커진다. 납품 때 통과한 리크클래스를 현장에서 못 지키게 되어 하자 분쟁으로 간다.
- 원인을 조건이 아니라 부품으로 오인해 같은 사양의 밸브를 반복 교체한다. 비용은 계속 나가는데 재발한다.
- 소음이 커지면 배관·구조물 진동으로 번지고, 옥외 설비는 민원으로 이어진다.
- 초킹 구간에 들어간 줄 모르고 개도만 더 여는 운전을 하면 침식 속도만 빨라진다.
수치와 규격
- 판정 지표: 캐비테이션 지수 σ = (P1 − Pv) / (P1 − P2) (모두 절대압). Pv는 그 온도에서의 증기압이다.
- 평가·적용 지침은 ISA RP75.23(제어밸브 캐비테이션 고려사항), 압력회복계수 FL 등 계수 정의는 IEC 60534 계열을 따른다.
- 밸브 형식별 압력회복 성향: 버터플라이·볼처럼 회복이 큰 형식은 FL이 낮아 캐비테이션에 불리하고, 글로브형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다만 한계 σ 값은 밸브·트림마다 시험으로 정해지는 값이므로 벤더 시험 데이터를 받아 확인해야 하며, 일반값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 대책은 다단 감압(안티캐비테이션 트림), 밸브 분할 설치, 하류 오리피스로 압력 분담 등이다. 조건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재질만으로는 수명 연장에 그친다.
이 일을 오래 한 사람이 걸리는 곳
σ 를 절대압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캐비테이션 지수는 세 압력이 모두 절대압일 때 성립한다. 현장 압력계는 게이지압이라 그대로 넣으면 대기압만큼 어긋나고, 저압 계통에서는 판정이 아예 반대로 나온다. 계산서를 받으면 단위 옆에 (a) 가 붙어 있는지 먼저 본다.
소리가 안 나면 없다고 본다. 자갈 구르는 소리는 붕괴가 활발할 때의 신호이고, 초기·간헐 캐비테이션은 소리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트림을 깎는다. 소리는 있으면 근거가 되지만 없다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판정은 조건 계산으로 한다.
밸브 형식별 성향을 같은 감각으로 다룬다. 압력회복이 큰 형식(버터플라이·볼)은 같은 차압에서도 훨씬 쉽게 캐비테이션에 들어간다. 글로브 감각으로 회전형 밸브를 고르면 계산 없이는 어긋난다. 형식이 바뀌면 FL 이 바뀐다.
개도를 더 열어 해결하려 한다. 초킹 구간에 들어가면 개도를 열어도 유량이 늘지 않고 침식 속도만 빨라진다. 유량이 안 나오는 원인이 밸브 개도가 아니라 조건에 있다는 것을 먼저 확인한다.
자주 받는 질문
스테인리스를 스텔라이트로 바꾸면 해결되나요?
수명이 늘 뿐 현상은 남다. 근본 대책은 압력 강하를 여러 단계로 나눠 어느 지점도 증기압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게이지압으로 계산해도 되나요?
안 된다. 증기압은 절대압 기준이라 게이지압을 그대로 넣으면 판정 자체가 뒤집힙니다. 캐비테이션 오판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소리만으로 플래싱과 구분되나요?
경향은 있다. 캐비테이션은 자갈이 굴러가는 불규칙한 파열음, 플래싱은 쉬~ 하는 연속 백색소음에 가깝다. 다만 확정은 P2와 증기압 비교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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